정원일을 준비하기

아름다운 자연을 꿈꾸는 정원생활을 준비하려는 분들에게 정원만들기는 낙원의 꿈을 현실에 재현하려는 과정일거라는 낭만적인 상상을 해 봅니다. 꿈속의 정원은 아름답고 이국적인 식물로 가득 차 있는 녹색의 낙원이 분명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 속의 정원은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대단한 작업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미리 준비를 하고 기꺼이 손에 흙을 묻히고 땀을 흘리며 정원일을 준비해 간다면 아름답고 개성적인 정원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2,3월은 정원일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정원을 만드는 중요한 3가지 요소

정원을 잘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정원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입니다. 겉보기만 그럴 듯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 빛을 잃어가는 정원이 되지 않으려면 처음 만들 때부터 기본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정원을 만드는데 중요한 3가지 요소는 빛과 흙, 그리고 물입니다. 정원이 존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빛입니다. 초록식물의 생장과 개화, 결실을 가꾸기 위해서 빛을 잘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원을 가꾸는 것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초록빛을 가꾸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빛은 정원의 조화와 균형을 세우는 기준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나뭇가지를 솎아 주는 일을 하는 것은 나무 전체에 빛이 골고루 닿도록 조절해주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 입니다. 어떤 숲 속을 들어가 본다면 빛을 가장 먼저 받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식물들과 중간층을 차지하는 식물들, 그리고 맨 밑에 깔려있는 식물들이 저 마다의 자리에서 햇빛을 골고루 나눠 가지며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게 됩니다.

우리의 정원도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높이를 생각하고 식재층을 짓도록 연속시켜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양지바른 쪽에 크게 자라는 감나무나 소나무를 심는다면 그림자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연속해서 몇 그루의 유실수를 심어 나간다면 정원에 볼륨감이 생길 것 입니다. 그러면 밝은 곳과 어두운 곳, 가려지는 곳, 열려진 곳들이 구분되기 시작해서 하루에 6시간이상 햇빛이 비추는 밝은 영역과 계속 그늘이 지는 어두운 영역, 그리고 조금 어두운 반그늘이 지거나 부분적으로 그늘이 지는 중간영역이 생겨납니다.

식물은 양지식물, 반음지식물, 그리고 음지식물로 구분됩니다. 밝은 곳에는 소나무, 자작나무를 비롯한 양지식물을 심을 수 있습니다. 일년생 초화류나 농작물은 대부분 양지식물에 해당됩니다. 계속 그늘이 지는 어두운 곳에는 주목, 사철나무, 맥문동 같은 음지식물을 선택해서 심을 수 있습니다. 반음지 식물로 분류되는 단풍나무, 산철쭉, 진달래, 조릿대, 임파첸스, 옥잠화, 비비추 등은 비교적 활용도가 높은 편입니다. 음지식물과 반음지식물을 잘 활용할수록 정원의 깊이감이 생기게 되고 원근감이 느껴지게 됩니다. 따라서 나무를 심을 때는 나무 한주 한주를 독립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전체가 어떤 풍경을 만들게 될지 잘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무를 보기보다는 숲을 보라는 조언이 정원만들기에도 해당됩니다.

정원을 만드는 것은 햇볕을 즐기고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과정입니다. 먼저 무슨 나무를 심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매달리게 되면 정원의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물들은 저마다의 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하나 하나의 식물들이 서로 겹쳐서 방해하지 않고 잘 어울려 자랄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이 정원사의 역할인 것입니다.

조경계에서 자연정원을 가장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신 조경가 분은 식재기법을 뒷동산의 숲에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작은 뒷산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정원만들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놀라운 충고일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오늘부터라도 동네 뒷산으로 산책을 시작해서 조금씩 숲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 속에 분명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정원의 원형이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 겁니다.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의 근원인 햇볕이 비추는 곳을 향해 자라는 식물처럼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챙이 넓은 모자를 하나 쓰고는 여유 있게 새벽부터 정원일을 구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끔 정원일을 막 시작하신 분들이 한낮에도 땀을 흘리고 계신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 그렇게 힘들게 땡볕아래에서 일하는 것은 노동일이지 정원일이 아닙니다. 부지런한 농부님처럼 정원사도 새벽부터 정원을 돌보는 것입니다. 정원의 나뭇잎사이를 밝게 비추는 아침 햇살의 기적같은 아름다움을 체험하면서 말입니다.

정원일은 흙에서 시작됩니다.

흙은 정원의 엔진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좋은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흙이 필요합니다. 정원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흙을 다루는 도구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손을 보호하기 위한 장갑과 손의 기능을 확장시켜주는 모종삽과 같은 도구들을 이용하게 됩니다. 골프를 배우려면 골프채를 잘 알아야 하듯 다양한 도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원도구는 흙을 파고 이동하는데 사용하는 삽입니다. 이것 하나면 대부분의 정원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삽을 이용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허리를 다치지 않으려면 온몸으로 정확한 스윙을 해내는 정확한 기본자세와 동작을 알아 두는 것도 좋습니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소형 정원용구의 삼총사는 모종을 심거나 흙을 푸는데 사용하는 모종삽 trowel과 땅이 단단해졌을 때 파거나 돌을 파낼 때 쓰는 괭이에 해당하는 hoe, 흙을 긁거나 모을 때 사용하는 갈퀴에 해당하는 cultivator로 구성됩니다. 물론 서양의 도구들이 세분화되어 편리한 점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토양과 토질에서 오천년 동안 적응해서 개선되어온 호미 같은 다재다능한 농기구만한 것도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정원일에 좋은 이상적인 흙은 작은 돌멩이 하나 조차 없고 맨발로 밟고 싶을 정도로 촉촉하고 부드러운 그런 흙일 것입니다. 그런 흙이라면 밟아서 다져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다루게 될 것 입니다. 남의 정원에서는 식물을 밟지 않는 일도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맨 흙조차도 밟지 않도록 조심스러워 해야 합니다. 그만큼 흙에 공을 들이는 정원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원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의 시작은 좋은 흙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잔돌을 골라내고 밭을 갈고 퇴비를 넣어 자갈밭을 문전옥답으로 바꾸는 작업 같은 것입니다. 정원일을 시작하려면 정원 흙을 직접 살펴보고 유기물은 충분한지 배수가 잘되는지, 토심은 얼마나 되는지 구석구석 알고 나서 좀 더 좋은 흙을 만들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를 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분명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주기는 식물과 대화하는 방법

식물도 사람과 소통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말은 못하지만 식물들에게 정성껏 물을 주다보면 사람을 향해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만약 항상 물을 주는 사람이 아프기라도 하면 식물도 시름시름 앓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식물과 대화하려면 멀리서 보지 말고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식물이 자라는 흙 속에 손가락을 찔러서 수분이 촉촉한지 느껴보는 것에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원에 물을 주는 것은 자연에 맡겨 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연에 맡겨 두는 정원은 우리 땅에 가장 적합한 정원입니다. 내버려 두고도 사람은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자생식물(indigeneous plants)을 잘 활용한 정원이 돋보이는 것이 그런 이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드는 정원에서는 허브식물 같은 새로운 식물들이 심겨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식물은 새로운 환경을 요구하는 만큼 새로운 물주기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상적인 물주기는 비(雨)라고 합니다. 비는 오랜 시간동안 골고루 평등하게 온 대지를 흠뻑 적셔주려는 물을 뿌리는 듯 합니다. 가장 나쁜 물주기는 짧은 시간동안 사랑스런 정원의 일부에만 생각날 때마다 이따금씩 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불평등한 물주기를 반복하는 셈으로 편애를 받은 식물일수록 어려운 환경조건이 닥치면 해를 입기 쉽습니다.

정원의 물주기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자동관수장치나 물뿌리개는 비를 본받으려고 합니다. 골고루 뿌려야 하고 부드럽게 대지를 적셔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물뿌리개는 구멍이 미세한 것 일수록 좋은데 구멍이 크면 물살이 세져서 땅을 굳게 만듭니다.

새로 옮겨 심은 식물로 가득한 새로운 정원은 새로운 주인에게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원사는 물주기를 통해 비로소 정원의 일부가 되었음을 알리게 되고 살아있는 식물에 대한 격려와 찬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정원만들기의 몇가지 요령

정원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도면을 그려 보는 것이 첫번째 요령입니다. 커다란 공간을 만들기 보다는 작게 나누어 연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과 창문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하나씩 특색 있게 구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둘러싸인 주변 풍경과 정원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가려야 할 것과 강조해야 할 것이 제대로 되었나 확인해 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정원 식물을 선정할 때는 정원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에서 잘 자라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원 울타리 안에는 어느 곳이 밝고 어두운지, 흙이 얼마나 비옥한지, 배수가 잘되는지 일일이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토양분석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잔디밭을 만들 때는 잔디를 깎는 데 드는 시간을 고려해서 크기를 결정합니다. 가정에서 30평 이상이면 수동식보다는 전동식 잔디깎기가 필요합니다. 보통 1시간 이내의 정원일을 계획한다면 잔디면적은 10~20평 이내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잔디밭은 잘 깎아 주지 않으면 없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원식물을 고를 때는 꽃보다는 잎을 보고 고르는 것이 유리합니다. 꽃피는 시기는 한 순간이기 때문에 잎을 보는 기간이 더 길게 됩니다. 따라서 식물전체의 형태와 색, 그리고 질감을 보고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일년초 보다는 숙근초, 관목류를 활용하고 잡초 발생을 줄이기 위해 식물은 가능한 좁게 심는 것이 유리합니다. 정원관리에 드는 수고를 줄이려면 잡초가 잘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잡초를 방지하려면 멀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